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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해, 오늘도 아름답게

oneday43

황량한 마음 한복판에서 별을 떠올린다 아주 간 거라 생각하면 몹시 쓸쓸해진다. 아주 가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해도 쓸쓸하고 황량한 마음은 그대로다. 아주 가지 않았길 바라는 내 마음이 홀로 쓸쓸히 서있는 나 같아서 그렇다. 별이 아주 많이 보이는 곳에 가고 싶었다가, 그가 어디선가 무수한 별빛들을 보며 한번쯤은 나를 떠올려주지 않았을까 바보같은 기대가 나를 아주 빠르게 침울해지게 만든다. 이런 내 맘을 다독여줄 노래가 있는지 찾는다. 아직 이런 상태구나. 요즘 나는 이렇구나. 나만은 나를 알아주려 애쓰는 하루가 간다. 나는 노력할 거다.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할 거다. 많은 하루들을 지나쳐 왔지만, 앞으로 또 그만큼의 하루들을 보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2022. 8. 19.
<노르웨이의 숲>(무라카미 하루키) 7장 중에서 * 일요일 아침, 나오코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미도리의 아버지에 대해 썼다. 같은 수업을 듣는 여자애 아버지를 문병 가서 오이를 먹었어. 그랬더니 그 사람도 먹고 싶다면서 아작아작 씹어 먹었어. 그런데 닷새 후 아침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 그가 오이를 씹을 때 내던 아작, 아작, 하는 작은 소리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어. 사람의 죽음이란 아주 사소하고 묘한 추억을 남기는 것 같아,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서 너와 레이코 씨와 새장을 생각한다고 썼다. 공작, 비둘기, 앵무새, 칠면조, 그리고 토끼를. 비 내리는 아침에 두 사람이 입었던 후드 달린 노란 비옷이 생각난다고. 따스한 침대에서 너를 생각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마치 내 곁에서 네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깊이 잠든 듯한 .. 2022. 7. 27.
이제니 <녹색 감정 식물> 녹색 감정 식물 이제니 식물이 말라죽기도 하는 밤이었다 수풀은 슬픔을 잠식한다 습기는 습기로 피어오른다 많은 것들이 죽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거의 볼 수 있었다 어두운 식물이 자라나고 있었다 말하지 못하는 말이 있었다 새의 깃털은 물감을 뿌린 것처럼 선명했다 넝쿨과 넝쿨이 안간힘을 다해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가느다란 실 같은 마음이 서로를 잇고 있었다 실을 토하는 벌레의 등을 누르자 녹색의 즙이 흘러나왔다 어떤 죽음은 사소하게 잊혀져갔다 가위로 오려 만든 종이인형의 그림자 배경이었던 것들이 백지 위에서 불쑥 일어서곤 했다 어두운 수풀의 어두운 새의 어두운 깃털이 누군가의 얼굴이 뭉개지고 있었다 녹색 식물의 입이 흔들리고 있었다 녹색의 감정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흘러내릴 수 있다면 날아오를 수도 있겠지.. 2022. 7. 27.
왜 몸의 철학인가?(노양진) 왜 몸의 철학인가? 몸의 복권 몸은 우리 존재의 근거이며, 사유의 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은 우리와 너무나 친숙하다는 이유 때문에 동서양을 불문하고 오랫동안 사생아처럼 지적담론의 변방을 서성이는 불운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러한 몸의 소외는 철학적 사유를 포함한 모든 추상적 활동은 마음의 산물인 동시에 인간과 다른 동물들과의 차별성을 드러내 주는 본질적이고 배타적인 능력으로 간주되었으며, 이러한 편향적 태도는 ‘정신주의’라는 고착적 태도로 확립되고 전승되어 왔다. 드물게 이러한 정신주의적 전통에 반기를 들었던 철학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주장은 대부분 위험한 일탈로 치부되었다. 서구 지성사에서 마음의 우선성에 관해 처음으로 체계적 견해를 제시했던 철학자는 플라톤이다. 플라톤에게 몸은 불멸의 영혼을 담.. 2021. 10. 26.
잠들지 못하는 한밤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무엇 때문에 잠들기가 쉽지 않다. 핸드폰 그만 보고 눈을 가만히 감은 채 또 눈알굴리기 운동을 해볼까. 그런데 오늘은 도무지 이것 저것 피어오르는 나의 아지랑이들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할 것 같다. 나는 무사히 잠들 수 있을까?​ 2019. 3. 20.
예고편 흐릿한 사진 한 장. 꾸준히 쓰는 것 또한 엄청난 부지런함, 성실함을 갖추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나를 보며 배운다. 흐릿한 사진 한 장을 투척하고, 나는 다시 쓰려고 한다. 이 투척된 사진은 예고편 같은 거다. (나에게 보여주는 예고편. 나만 아는 예고편) 2018.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