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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해, 오늘도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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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마음 한복판에서 별을 떠올린다 아주 간 거라 생각하면 몹시 쓸쓸해진다. 아주 가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해도 쓸쓸하고 황량한 마음은 그대로다. 아주 가지 않았길 바라는 내 마음이 홀로 쓸쓸히 서있는 나 같아서 그렇다. 별이 아주 많이 보이는 곳에 가고 싶었다가, 그가 어디선가 무수한 별빛들을 보며 한번쯤은 나를 떠올려주지 않았을까 바보같은 기대가 나를 아주 빠르게 침울해지게 만든다. 이런 내 맘을 다독여줄 노래가 있는지 찾는다. 아직 이런 상태구나. 요즘 나는 이렇구나. 나만은 나를 알아주려 애쓰는 하루가 간다. 나는 노력할 거다.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할 거다. 많은 하루들을 지나쳐 왔지만, 앞으로 또 그만큼의 하루들을 보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2022. 8. 19.
<노르웨이의 숲>(무라카미 하루키) 7장 중에서 * 일요일 아침, 나오코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미도리의 아버지에 대해 썼다. 같은 수업을 듣는 여자애 아버지를 문병 가서 오이를 먹었어. 그랬더니 그 사람도 먹고 싶다면서 아작아작 씹어 먹었어. 그런데 닷새 후 아침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 그가 오이를 씹을 때 내던 아작, 아작, 하는 작은 소리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어. 사람의 죽음이란 아주 사소하고 묘한 추억을 남기는 것 같아,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서 너와 레이코 씨와 새장을 생각한다고 썼다. 공작, 비둘기, 앵무새, 칠면조, 그리고 토끼를. 비 내리는 아침에 두 사람이 입었던 후드 달린 노란 비옷이 생각난다고. 따스한 침대에서 너를 생각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마치 내 곁에서 네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깊이 잠든 듯한 .. 2022. 7. 27.
이제니 <녹색 감정 식물> 녹색 감정 식물 이제니 식물이 말라죽기도 하는 밤이었다 수풀은 슬픔을 잠식한다 습기는 습기로 피어오른다 많은 것들이 죽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거의 볼 수 있었다 어두운 식물이 자라나고 있었다 말하지 못하는 말이 있었다 새의 깃털은 물감을 뿌린 것처럼 선명했다 넝쿨과 넝쿨이 안간힘을 다해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가느다란 실 같은 마음이 서로를 잇고 있었다 실을 토하는 벌레의 등을 누르자 녹색의 즙이 흘러나왔다 어떤 죽음은 사소하게 잊혀져갔다 가위로 오려 만든 종이인형의 그림자 배경이었던 것들이 백지 위에서 불쑥 일어서곤 했다 어두운 수풀의 어두운 새의 어두운 깃털이 누군가의 얼굴이 뭉개지고 있었다 녹색 식물의 입이 흔들리고 있었다 녹색의 감정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흘러내릴 수 있다면 날아오를 수도 있겠지.. 2022. 7. 27.
적어도 나한텐, 설명 불가능한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사람 미수: 있잖아. 옛날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 웃어? 근데 난 그게 진심일까... 애쓰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원래 내가 후지면 다 후져보여. 세상에 의심도 많아지고. 현우: 가진 게 많으면 더 가지고 싶겠지만 난 강력한 한 두개만 있으면 되는데. 나한테 넌 그런 사람이야. 미수: 계속해. 현우: 적어도 나한텐, 설명 불가능한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사람. ------ 현우: 사랑해. 미수야, 사랑해. 미수: 뛰지마 현우야. 제발 뛰지마. 응? 다쳐. (2019) 중에서. 2021. 10. 29.
윤진아가 어떻게 살았던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진아: 야. 서준희! 일어나봐. 일어나보라고! 일어나보라고. 그래. 너한테 황당한 소리 했어. 자신 없었으면서도 뱉었어. 왜냐고? 승호 결혼식처럼 앞으로 언제든 어디서든 마주칠 거 같아서. 그럴 때마다 눈치란 눈치는 다 보고 가슴 철렁 내려앉는 거 너무 싫어서. 어렵겠지만 서로를 좀 덜 부담스럽게 볼 수 있기를 바랐어. 그러면 조금이나마 덜 힘들 것 같아서. 덜 아플 것 같아서. 그게 그렇게 잘못이야? 너한테 못돼먹었단 소리를 들을 말이었냐고? 준희: 알았어. 잘했어. 진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넌 얼마나 잘했는데? 덮어놓고 무작정 떠나자 하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네가 다 못 견디겠고 다 꼴 보기 싫어서였잖아. 날 위해서라는 건 네 핑계였던 거잖아. 아니야? 아니면 뭐였는데? 말해봐. 아님 뭐였.. 2021. 10. 29.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네 잘못이 아니다. 드라마 6화 중에서 2021. 10. 28.